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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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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바로잡기 사학史學
文暻鉉(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1993,
http://blog.naver.com/mirinaebae/10008625059





우리가 널리 쓰고 있는 역사 용어 가운데 잘못 읽고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을 볼 때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민족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여기 그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겠다.




삼국시대에 한반도의 중부이북과 만주벌을 영유했던 광대한 왕국은 고구리(高句麗)이며 일명 고리(高麗)라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나라의 이름을 고구려와 고려로 잘못 읽고 있다. '麗'자는 '빛날 려' '고울 려' '나라이름 리'다. "자치통감(資治通鑑)"에도 고구리(고리)의 '麗'자의 음이 '리(力知 )'라고 쓰여 있다.



뿐만 아니라 "강희자전(康熙字典)" "사원(辭苑)" "사해(辭海)" "대한한사전(大漢韓辭典)"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 등 모든 자전(字典)에 한결같이 나라이름일 때는 '리'로 읽는다고 쓰여 있다.


삼국시대로부터 고리, 조선시대를 내려오면서 1천여 년 동안은 고구리와 고리로 바르게 읽어 왔다. 나는 영남 사림파 학문의 정통을 계승한 유림의 전통적인 유학교육을 받아 왔다. 일찍이 서당이나 서원에서 고구리와 고리로 배웠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우리의 전통적인 민족교육이 끊어지고, 민족의 주체성 고유성을 잃게 되어 교육에 혼란이 일어났으며 민족의 언어 전통문화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용어의 난맥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와 같이 고구리(고리)의 후예인 우리는 못 읽는데도 도리어 외국인이 우리 옛나라 이름을 올바르게 읽는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일본서는 '고구리'라고 정확히 읽고 있다. 그들은 훈독(訓讀)할 때는 '고마' 음독(音讀)할 때는 '고구리'라도 읽는다. 중국인들도 '가오주(구)리' 혹은 '가오리'라 읽는다.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다.




왕건이 고리(高麗)를 건축한 것은 옛 삼국시대의 고리를 다시 부흥시켰다 하여 나라이름을 그대로 고리라 했으며, 고구리인이 세운 중원비(中原碑)에도 자신들이 '고리'라 쓰고 있다. 그러나 상대(上代)에 올라가면 한(漢)나라나 중국의 삼국시대와 남북조시대의 초기는 고구리라고 했었다.


喙部와 梁部를 탁부와 양부로 읽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달 혹은 돌)부와  부로 읽어야 한다. 앞의 것은 音借요 뒤의 것은 訓借吏讀(이두)다. 沙梁은 사 ·沙喙도 사 이다.


신라의 17대왕 나물마립간(奈勿麻立干)을 내물왕으로 읽는 것도 잘못이다. '奈'는 어찌 내(부사)이지만 인명이나 지명일 때는 '나'로 읽는다. 우리는 지금 진주 다음의 역 이름은 나동(奈洞)이라고 바르게 읽고 있다. 나물왕은 신라시대의 비문에서 '那勿'이라고 썼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일명 '那密'이라고도 한다. 이십팔수(二十八宿)의 별자리를 이십팔숙이라 읽어선 안된다.


후백제왕 진훤(甄萱)을 견훤이라고 읽는 것도 잘못이다. 또 백제의 고이왕(古爾王)이 중국의 역사책에는 구이(仇台)라 쓰여 있는데 이 때도 '台'를 '태'가 아니라 '이'로 읽어야 한다.


글단(契丹)의 10만 대군을 전멸시킨 구주대첩의 명장 강한찬(姜邯贊)을 강감찬이라 읽고 있으니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랴. 조상의 이름을 잘못 읽고 있으니 이보다 불경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邯'은 '조(趙)나라 서울 한'자다.



한단지몽(邯鄲之夢),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고사(古事)를 말하면 "옳거니! '한'자로구나!"하고 무릎을 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邯'을 '감'으로 읽는 사연인즉 '甘'자가 붙어 있으니 무식한 이들이 그렇게 읽는 데 연유한다. 옛 영남 書堂에서 八公山 桐華寺 鳳凰門을 입공산 상화사 풍풍문이라고 읽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八자를 입(入)자로 桐자를 相자로 鳳凰을 風字밖에 모르니 비슷하여 풍이라 읽었다 하지 않는가. 斯界에 造詣가 깊다를 기계에 조지가 깊다고 읽어 웃기는 것과 같다 하겠다.


프랑스를 일본인들은 비슷한 음을 가진 한자를 따다가 '佛蘭西'라 쓰고 '후랑스'라고 읽는다. 그것은 원래의 나라이름과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우리가 본받아 한자를 그대로 가져와서 '불란서'라 읽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런 일은 식민지 노예문화에서나 있음직한 일이다. 상전이 쓰는 용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덮어놓고 모방해 쓰는 꼴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한말에 프랑스와 수호 통상 조약을 맺어 국교를 열었을 때 조상들은 법국(法國)이라 불렀다. 물론 이것은 중국식이지만 프랑스를 한자로 굳이 표기하려면 차라리 법국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또 도이취를 '獨逸'이라고 써서 '도이쓰'라고 읽는다. 이것을 우리가 가져다가 '독일'이라 읽고 있다. 한말에는 중국식으로 덕국(德國)이라고 썼다. 굳이 한자로 표기하려면 한말 고종 때 조약문에 쓰고 공사관에서도 쓴 덕국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타이를 태국이라 함도 잘못이다. '泰'를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타이'라고 음독한다.


유럽을 구라파(歐羅巴)라 쓰고 있으니 이것도 문제다. 일본 사람들은 도이취어에서 따온 '오이로파'를 '歐羅巴'라 한자로 표기하고 '요로빠'로 읽는다. 그것은 원음과 비슷한 음독이 되겠다. 우리는 원음대로 유럽이라고 해야 한다. 구라파라니, 그것은 한자의 음 자체가 틀렸다. '歐'의 음은 '우'다. '우라파'라고 읽어야 한다. 유럽이나 오이로파의 Eu를 한자로 표기할 때 '歐'로 적었던 것이다. '구'로 발음된다면 그렇게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콜레라의 音借인 虎列剌은 호열자가 아닌 호렬랄이다. 과년한 處女의 과년은 瓜年이라 쓰지 過年이라면 큰 실례다. 破字로 二八 즉 十六살이란 뜻이다.




조국이 광복된 지 반세기가 가까워지도록 민족 문화 주체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깊이 반성하자. 일제의 잔재는 이뿐이 아니라 파리의 경찰국을 일본인들이 그들의 용어로 경시청이라 한 것을 본 따 우리는 경찰국이라 해야 함에도 경시청이이라는 말이 이직 껏 사용되고, USA를 아메리카 연방이라 하면 될 것을 일본식으로 합중국으로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강한찬 장군이 빛나는 승리를 거둔 구주대첩(龜州大捷)을 귀주대첩이라 읽는 것도 잘못이다. '龜'는 '거북 귀' '터질 균'자지만 지명 혹은 인명일 때는 '구'로 읽는다. 구포(龜浦), 구미(龜尾), 구성(龜城) 등이 그것이다. 옛 관부(官府)의 이름 가운데 '寺'란 글자가 있는데 이 음은 '시'다. 절을 의미할 대는 '사'로 읽지만 예빈시(禮賓寺), 사복시(司僕寺)일 때는 '시'라고 읽는다. 또 벼슬 이름 복야(僕射)를 복사로 읽어서는 안되며, 유록대부(綏祿大夫)를 수록대부로 읽어서는 안된다. 成均館 좨주(祭酒)를 제주라 읽어서는 안된다. 蒙古를 몽고라 읽어선 안된다. 몽골이라 읽어야 한다.


'契丹'을 거란이나 글안이라고 읽는 것은 잘못이다. '글단'이라고 읽어야 한다. 키탄을 한자로 옮길 때 '契丹'이라 했다. 이것을 우리가 글단이라 읽어야 한다고 다산 정약용도 "아언각비(雅言覺非)"란 책에서 지적했다. 합천(陜川)을 협천이라 하고 배천(白川)을 백천이라 하고 빌기(飛只)를 비지라 읽는 것은 잘못이다. 고유명사는 이름 그대로 읽어야 한다. 지리산(智異山)을 지이산이라 읽지 않는 것과 같다. 신라시대에는 지리산(地理山)이라고 썻던 것이다. 섬서성(陝西省)을 협서성이라 읽어선 안된다. 섬(陝)자와 협(陜)자는 다른 것이다.


진시황이 원하는 장생불사의 약을 구하기 위하여 동남동녀(童男童女) 삼천을 이끌고 동해의 삼신산인 봉래산으로 떠난 서불(徐 )을 서시로 읽어서는 안된다. 범수(范 )를 범저라 읽는 것은 틀린다. 인명인 王賁과 朴賁은 왕분과 박분이 아닌 왕비와 박비다. 인명일 때는 비로 읽는다. 정구(鄭逑)를 정술로 읽어서는 안된다. 몽염(蒙恬)을 몽활이라고 읽어 망신하기도 한다. 고구리를 쳤는 유명한 당나라 장군 契必何力은 설필하력이라 읽고 殷나라 시조 契도 설이라고 읽는다. 가야국 시조를 낳은 正見母主는 정현모주 召文國은 조문국 昭知王을 조지왕 孝昭王은 효조왕이라 읽는다.



泣斬馬謖은 읍참마속이라고 읽는다. 마직은 틀린다. "위략(魏略)"을 지은 역사가 어환(魚 )을 어권이라 읽는 이도 많은데, ' '자와 '拳'자는 엄연히 다르다. 흉노족의 임금인 선우(單于)를 단우라 읽어서는 안되며 그 왕비인 연지(閼氏)를 알씨라 읽는 것도 틀린다. 묵돌선우(冒頓單于)를 묵특선우라 읽는 것도 틀린다. 嘉谷關은 가욕관이라 읽는다. 秦始皇의 母后의 情夫로 유명한   (로애)를 료독이라 읽어 민망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 옛 사람의 이름 가운데 '釗'자는 '쇠'라 읽는다. 고구리 고국원왕의 이름이 '釗' 혹은 '斯由(쉬)'였다. '쉬'의 옛음도 '쇠' '쉬'였다. 그런데 중국 사람의 이름에서는 이를 '교'라고 읽는다. '李大釗'는 '이대교'가 옳다. 그리고 사람 이름에 쓰인 '父'는 '보'로 읽는다. 고공단보(古公亶父), 아보(亞父)가 그 예다. 또 무덤 길을 연도(羨道)라고 해야지 선도라고 읽어서는 안된다. 부럽다는 뜻일 때는 '선'으로 읽는다.
도량(道場)을 도장이라 읽는 것도 잘못이다. 이것은 불교에서 온 용어다. 불교에서 유래한 말 가운데 읽기 쉬운 것은 시방세계(十方世界), 시왕전(十王殿), 열반(涅槃), 반야경(般若經), 사제(四諦), 탱화(幀畵), 보시(布施), 서가(釋迦), 나무(南無), 가섭(迦葉), 영축산(靈鷲山), 정도(淨土) 등이다. 이렇게 안 읽고 잘못 읽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것이다.




오줌누는 溺강은 요강이요 溺死는 익사라 읽는다. 南冥 曺植의 유명한 독서당인 鷄伏堂은 계부당이라 읽는다. '업드릴 복'이 아닌 '새가 알품을 부'자다.


'行'은 '갈 행' '줄 항'자다. 몇 줄이라 할 때는 몇 항이라 해야 할 것을 제 몇 행이라고 흔히들 잘 못 말한다. "항렬(行列)이 무슨 자요?"할 것을 '행렬'이라 말하면 무식한 사람이 될 것이니 명심할 일이다.
허균의 문집인 "성소부부고(惺所覆 藁)"를 "성소복부고"라고 읽는 이가 있는데, 그것은 잘못이다. '覆'은 '덮을 부' '엎을 복'자다. 하수도 부개공사(覆蓋工事)를 '복개공사'로 읽어 무식을 자랑하는 이들을 왕왕 보게 된다. 그렇게 읽으면 뜻이 전혀 달라진다. 뚜껑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공사란 뜻이 된다. 뚜껑을 덮는 공사라면 '부개공사'라야 한다. 차가 뒤집혔다고 할 때는 전복(顚覆)으로 읽는다. 흔히 쓰는 누서( 鋤)를 욕조라고 읽어 웃긴다.


이성계의 조상인 도조(度祖)를 탁조라고 읽는 것도 잘못이다.

度支部는 탁지부로 읽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석인 염제비(  碑)를 '점제비'로 읽는 것 또한 틀렸다. '염'의 음은 '념'이므로 두음법칙에 따라서 '염'이라 읽어야 한다. 신라 6부의 하나였던 달부(喙部)를 '탁부'라 읽는 것도 잘못이다. 신라인은 이를 ' '이라 읽었다. "계림유사"에 '喙音達'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 이름에 든 '食'자는 반드시 '이'로 읽는다. 우리나라 희성(稀姓) 중에 ' '이라는 것이 있는데 '궉'이라 읽는다. 이는 중국의 한자에는 없는 우리의 한자다. 葉氏는 엽씨 아닌 섭씨다. 고질병인 고황(膏 )은 고맹이 아니다. 낙탁(落魄)을 낙백이라 읽어선 안되며 姓인 尉遲는 울지다. 騈驪體文章은 병려가 아니고 변려라 읽는다. 또 중국 전국시대의 충신 굴원(屈原)이 빠져 죽은 멱라수(汨羅水)를 골라수라 읽어서는 안된다.


글자를 잘못 읽는 것뿐 아니라 연음(連音)도 잘못하여 웃음을 사는 것이 있다. 연 개소문(淵蓋蘇文)을 연개 소문이라 읽어선 안된다.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왕 오천축국전이라 읽어야 한다. 흔히들 왕오천축국전이라 읽는데 그렇게 되면 근본적으로 뜻이 달라진다. 왕과 오의 사이를 띄워서 읽으면 다섯 천축국에 갔던 기행문이란 뜻이다. 왕오 천축국전이라 읽으면 천축국에 다섯 번 간 기행문이란 뜻이 되어 버린다. 상용한자로 잘못 읽는 것을 바로잡아 몇 가지만 예로 들겠다. 伸寃(신원), 攪拌(교반), 沸騰(비등), 木果(모과), 蜜水(미수), 藉藉(자자), 藉田(적전), 懦弱(나약), 敗北(패배), 罹災民(이재민),  毒(두독), 恤兵(휼병), 溢水(일수), 孼子(얼자), 侮辱(모욕), 竪穴(수혈), 懦弱(나약), 儺禮(나례), 捕捉(포착), 金屈 (금굴치),  瑁(대모),  惡(영악), 이두(吏讀), 癡 症(치매증), 樂山(요산), 袂別(몌별), 人名에 蒙恬(몽념), 南怡(남이),  齋(환재), 李蘗(이벽), 權 (권벌), 흔히 撥(발)이라 함은 틀린다. 金九容선생의 호 척약재( 若齋)를 양약재라 읽어선 안된다. 柳 元 이란 인명의 자는 담이 아닌 「참」이라고 읽는다. 金富佾은 김부일이라 읽는다.


한자는 우리말에 중요한 근간의 하나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옳게 읽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읽으면 민족 언어에 혼란이 생긴다. 그렇다고,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의 원음을 굳이 찾자는 것은 아니다. 붕대(繃帶)를 원음인 팽대로, 革命을 원음인 격명으로 읽자는 뜻은 아니다. 쇄도(殺到)는 살도가 맞지만 기어코 고치자는 것이 아니다. 관용음을 따르는 정신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 용어가 무식의 소치로 잘못 읽히는 것만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마땅히 국민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민족문화를 주체적으로 창조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 반성하며 개선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다.



文暻鉉(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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