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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역사학계에 '친일사학자 이병도'가 너무 많다"

"아직도 역사학계에 '친일사학자 이병도'가 너무 많다"


한겨레 | 입력 2015.09.17. 19:00











[한겨레][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선생

공자를 비롯한 옛 성인들은 '잘못을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고 누차 말했다. 특히 '한번 잘못한 것보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은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잘못'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일제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역사를 스승의 가르침이라하여 그대로 답습한다면, 작은 인연에 의지해 대의를 저버리는 소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 원로학자가 스승격인 '친일사학자 이병도'(1896~1989)의 죄를 만천하에 고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외쳤다. 박성수(84)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였다. 그는 서울대 사대 역사학과를 나와 성균관대 교수와 국사편찬위원회 편수실장, 정신문화연구원 교수를 지냈고, <역사학개론>을 썼다.





이날 겨레얼살리기운동본부(이사장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가 주최한 '식민사관 극복과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학술대회'에 몰려든 500여명의 참가자들은 박 교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서울사대 역사학과 출신 학계 원로
"내 스승을 비판하자니 말문이…"
"천황 떠받든 황국사관 서울대 이식"
'식민사관 극복' 학술대회서 주장
500여 참가자들 박수로 '응원' 화답


"나도 이병도 선생의 <국사대관>을 보고 공부했다. 그런 선생님을 비판하자니, 나도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발표문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다보니 짜투리가 되어버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 학자에게도 '이병도'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병도는 현대 역사학계의 얼굴이었다.

"일제의 조선병합 목적은 한마디로 이 지구상에서 조선인을 지워버리기 위해 뼛속까지 일본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들처럼 천황을 신으로 모시라고 신사를 150군데나 지어놓고 참배시켰다. 그래서 한일병합 이후 가장 먼저 모든 고서를 압수해 불태워버렸다. 단군을 없애고 그 자리에 천황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조선사를 뜯어고치는 작업을 개시했다. 이완용의 조카인 이병도는 그의 도움을 받아 1925년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고조선 2000년사'를 말살하는 작업에 20년간 종사했다."

박 교수는 '조선사'가 완간된 36년 일본인들이 청구학회를 조직했을 때 이병도가 진단학회를 조직해 그에 맞장구를 친 것도 지적했다. "'진단(震檀'이란 말 자체가 '단군 조선'을 일컫는데, 진단학회지엔 고조선사를 연구한 논문은 단 한편도 싣지 않았다. 그런데도 진단학회는 해방후 다시 살아나 한국사 연구의 총본산이 되고 말았다."

박 교수는 역사학계 인맥을 봐야 역사왜곡의 실상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다고 했다. 8가지로 산재해있던 일본의 <서기>와 <고사기>를 하나로 통일해 1대부터 32대 천황까지 '가짜 역사'를 만들어낸 인물이 구로이타 가츠미인데, 그가 한국에 와서 '조선사' 35권을 편찬했고, 그 아래 이마니시에 이어, 그 밑에서 이병도가 한국 고대 2천년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일본 역사를 넣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사라진 역사를 다시 살려야될 필요성을 깨닫고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을 창설했지만, 초대 원장 이선근도 이병도와 같은 일제 식민사학자였고, 다시 임명한 고병익 역시 이병도의 제자로, 우리 고유의 국학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위서(魏書)엔 '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에 단군왕검이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여 조선을 개국하였으니 중국의 고(高=堯)와 같은 때였다'고 돼있다. 일연도 <삼국유사>에서 '단군의 건국은 서기 전 2333년의 일로, 중국으로 말하면 요와 같은 때요, 환인과 환웅은 오제 이전인 삼황 때' 였음을 말하고 있다. 고조선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문건인 <신지비사>에 대해선 <삼국유사>와 <고려사>에 나온다. 그러나 이병도의 <국사대관>과 <한국사>, <한국고대사연구> 어디에도 <신지비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어느 잡지사의 의뢰로 이병도 인터뷰를 했을 때 일화도 덧붙였다. "<진단학보> 창간사에서 선생님이 '단군조선의 사관인 신지가 썼다는 비사를 갖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디 있느냐'고 여쭸더니,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잊어버렸다'고 답했다." 그는 "(이병도) 선생님이 <신지비사>를 찾아냈고, 그에 대한 단재 신채호의 글도 읽었을텐데,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잊어버렸다'고 말하니 믿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일제는 천황 역사를 조작하고 천황 이름으로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41년 대동아전쟁을 일으켰다. 이토오 히로부미를 비롯한 명치유신파는 군국주의 일본의 천황을 신으로 받들어 모시고 천황과 관련된 모슨 신화를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인식시켰다. 황국사관이다. 이들이 국책대학으로 설립한 것이 도쿄제국대학이고, 천황을 위해 만든 게 국사학과다. 이 일제 식민사학이 이병도가 주도한 서울대학 국사학과로 그대로 이양되었다."

그는 "지금도 '이병도 선생'이 한두 사람이 아니어서 우리가 일제 식민사관을 우리 역사로 알고 속아왔다"면서 "고조선의 국학을 되살려내야 광복이 이루어지는데 지금 우리는 외래문화의 노예가 되어 재식민화의 길목에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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