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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뚫어지게, 뜨겁게 쳐다보라-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뚫어지게, 뜨겁게 쳐다보라


시선 교환이 마음을 얻는 비결, 벼락같은 사랑은 상대의 큰 동공에서

▣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첫 만남의 인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인상이 안 좋았다가 나중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첫눈에 반하진 않더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연인으로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초두효과(primacy effect)로 설명한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판단할 때,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에 대해 첫인상이 좋으면 나중에 다소 부정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눈 맞출수록 높은 애정 지수


그렇다면 첫 만남에서 어떻게 상대방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첫눈에 상대를 반하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가 사실은 우리 코 위에 있다. 사랑이 어디에서 오냐고? 사랑은 심장이나 생식기가 아니라 바로 눈에서 시작된다. 눈과 눈의 만남을 통해 사랑은 마음을 얻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정서관계가 만들어질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시각기관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봐요”라고 인사하지, “다음에 또 냄새를 맡아요”라고 하지 않는다. 영국의 한 과학자가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동안 평균 30%에서 60%에 해당하는 시간만 상대방을 쳐다본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사랑의 엔진을 힘차게 돌리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심리학자 자크 루빈은 말한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자크 루빈 교수는 미시간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사랑을 측정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무모할 정도로 낭만적이었던 이 젊은 연구자는 나중에 하버드대학교로 옮기면서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 애정 정도를 측정하는, 이른바 ‘루빈의 저울’이라는 것을 최초로 만들었다. ‘낭만적 사랑의 측정’이라는 논문에서 그가 제안한 방법은 간단하다. 대화를 하는 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의 눈을 쳐다보는가를 재보면, 사랑하는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빈 교수는 연인들을 모집해 그들의 애정 정도를 묻는 일련의 긴 설문을 했다. 대기실에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연인들이 설문을 하기 전 기다리는 동안 서로 대화를 하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눈을 맞추고 있는지를 측정했더니, 오랫동안 눈을 쳐다보는 커플일수록 애정 설문에서 높은 수치가 나왔다. 상대방의 혈관에서 ‘사랑의 호르몬’ 페닐에틸아민이 솟구치길 원한다면, 대화 시간의 75% 이상 눈을 맞추라고 심리학자들은 권한다.

‘술은 입에서 오고 사랑은 눈에서 온다’고 예이츠는 자신의 시에서 노래했던가? 시인이 시를 쓴 지 100년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은 그것이 사실임을 과학으로 증명하고 있다. 1989년 미국의 심리학자 캘러먼과 루이스 박사는 생면부지의 남녀 48명을 큰 실험실에 들어오게 한 뒤 그중 한 그룹에게는 상대방의 눈을 2분 동안 보도록 지시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2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낯선 상대를 쳐다봐야만 했던 남녀는 ‘실험 후 서로에 대해 호감이 늘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시선 교환이 왜 이처럼 뜨거운 결과를 가져오는 걸까?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그것을 ‘인간의 원시적 본능’으로 설명한다. 즉 눈과 눈이 마주치면 인간의 두뇌 가운데 원시적인 영역이 자극을 받아 두 가지 기본 감정, 접근하느냐 후퇴하느냐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헬렌 피셔의 주장이 맞다면, 첫 만남에서 상대방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사냥감(?)과 거의 위협에 가까울 만큼 강렬한 눈빛을 교환하시라. 느끼해서 여자가 도망갈 것 같다고? 한번 해보시라. 의외로 반응 좋다.


이탈리아의 특별한 안약


그렇다면 빤히 쳐다보기만 해도 상대방이 내게 호감을 가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겐 상대방이 호감가는 상대인지, 충분히 믿을 만한지를 알아내는 신호가 따로 있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바로 ‘동공의 크기’다. 호감이 가는 상대방을 만나면 눈동자의 동공이 팽창된다. 강한 자극을 느꼈다는 얘기다. 반면 동공이 수축했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긴장이 풀렸다는 뜻이다.

여성들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기 사진을 보면 동공이 커진다. 그러나 남자들은 자식이 있는 경우에만 이같은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싱글맘을 꼬이려는 선수들이 공원을 배회하다가 유모차에서 버둥대며 우는 아기를 보며 자지러지곤 하는 모습을 본다면(미국에선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기의 엄마를 어떻게 한번 꼬여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보면 된다.

영국에선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점잖은 신사들에게 신인 여배우의 사진과 영국 화가 휘슬러가 그린 ‘어머니의 초상’을 보여주며 비교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신사들은 위엄 있는 노부인의 모습에 온갖 찬사를 쏟아냈지만, 막상 동공의 변화를 관찰해보니 이런 찬사가 무색할 정도로 신인 여배우 사진에서 동공이 훨씬 더 팽창했다.

‘동공의 팽창’이 나타내는 신호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동공계측학(pupillometrics)라는 엽기적인 분야를 창시한 에크하르트 헤스 박사가 했던 독창적인 실험의 결과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똑같이 인쇄한 두 장의 매혹적인 젊은 영국 여성의 사진을 남자들에게 보여주되, 한쪽 사진만 연필로 눈동자가 좀더 커 보이도록 조작했다. ‘이 두 장의 여자 사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남성들의 답변은 한결같이 동공이 크게 팽창된 여자의 사진이었다. 벼락같은 사랑은 평소보다 몇mm 늘어난 동공에서 시작된다. 섹시하면서도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고 싶다면, 당신의 동공을 넓혀라.

그러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냐고? 연필로 사진의 동공을 크게 그리듯 마음대로 조작할 순 없지만, 동공의 크기도 어느 정도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선 르네상스 시절 이미 동공이 크면 더 섹시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아가씨들이 동공을 확대하기 위해 특별한 안약을 넣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이 안약은 아트로핀 제제를 주성분으로 했는데, 아트로핀은 원래 동공을 키울 뿐만 아니라 심장박동을 가속화하고 입술을 바짝 마르게 하며 가볍게 손을 떨게 만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 사랑에 빠졌을 때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약의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벨라 도나(Bella Donna),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부인’이란 뜻이다.


명대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좀 느끼하지만, 과학자들이 권하는 ‘눈빛으로 유혹하는 기술’은 끈적끈적한 눈빛을 보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화할 때 문장이 끝나거나 침묵이 흐르면 어색해서 잠시 시선을 딴 데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화 사이사이 짧은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상대방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말고 쳐다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짜릿함을 느낄 것이다. 소설에서 흔히 상대방에게 마음을 뺏겼을 때 ‘그는 그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표현하지만, 눈을 떼지 않는다면 마음을 뺏기는 쪽은 상대방이라고 과학자들을 지적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모로코를 무대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위해 헤어져야만 했던 연인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그린 <카사블랑카>의 명대사를 기억하는가?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가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잉그리드 버그먼을 응시하며 했던 한마디, “당신의 눈동자를 위해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 이 명대사가 얼마나 명번역인지, 과학자는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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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선 자이로드롭을 함께 타라


육체적인 흥분을 상대방에 대한 호감으로 인식하는 과정

사랑만큼 사적이고 내밀한 체험이 또 있을까? 우리를 평생 동안 깨어 있게 하는 것. 남의 얘기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으며, 내 얘기는 묻지 않아도 들려주고 싶은 것.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물어보지만, 사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제각기 다른 것. 그래서 2007년 5월10일 지구상에는 65억9956만6300개의 사랑 이론이 존재한다.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을 남들도 비슷하게 경험했을까? 남들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소설이나 에세이, 유행가 가사나 영화는 우리에게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들 사이를 관통하는 보편적 원리를 들려주는 ‘사랑의 과학’은 쉽게 만나지 못한다. 이 칼럼이 시작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칼럼은 생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랑의 실험실’에서 수행했던 실험과 통계 결과를 소개하면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것이 우리 삶과 인류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얘기해보려 한다. 사랑에서 가장 불필요한 질문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이고, 가장 어리석은 질문은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라지만, 이 칼럼은 독자들에게 이 쓸데없고 어리석은 질문들을 계속 떠올리게 할 것이다. 사랑이 과학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기대하시라. 과학자에게 ‘사랑’만큼 흥미로운 연구 주제도 없다.


▣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떨리고 긴장하게 마련이다. 교감신경 말단에서 갑자기 아드레날린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심장 박동수는 1분에 85회 이상으로 늘어나고, 몸에 열이 가볍게 올라가는가 싶더니 이내 손에는 땀이 찬다. 긴장감이 고조되어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엉뚱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떨리는 첫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사랑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이런 육체적인 각성은 만남 초기에 남녀 간의 호감으로 인해 유발되는 반응일 뿐 아니라, 심지어 사랑을 촉발하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주장한다. 〈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의 저자인 미국의 심리학자 아얄라 파인스는 수천 쌍의 남녀 커플들을 인터뷰한 결과, 극적인 사건을 겪은 뒤 몹시 흥분된 상황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경우가 무려 20%에 달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대학 입학이나 유학, 혹은 해외여행과 같은 새로운 상황에서 쉽게 연애에 빠지며, 부모의 죽음이나 애인과의 결별 같은 상실을 경험한 뒤에도 이성 친구에게 쉽게 끌리게 된다고 한다.




△ 사람은 흥분된 상태에서 만난 사람과 쉽게 연애에 빠진다. 서울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






카필라노 실험, 흔들다리와 나무다리의 차이


1991년 중동에서 벌어진 걸프전 때 이스라엘에서는 이른바 ‘전시사랑’(war love)이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 수많은 남녀들이 사랑에 빠졌다. 전쟁이라는 극적인 사태를 함께 경험하면서 남녀가 쉽게 사랑에 빠지게 됐고, 심지어 이혼을 했거나 별거를 하고 있던 부부들도 대피소 생활을 함께 하면서 다시 결합하는 경우도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월드컵의 광분이 이어준 커플이 꽤 되리라.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각성과 꼬리표’(arousal and label)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첫 만남의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는 동안 두 단계를 체험하게 되는데, 먼저 찾아오는 것이 ‘신체적인 각성’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이 각성 상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사랑이나 분노, 공포, 질투와 같은 ‘심리적인 꼬리표’를 여기에 붙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비슷한 각성 상태가 유발되더라도, 그것이 멋진 남자가 질문을 건네와 생긴 것이라면 ‘사랑’이라고 해석하고, 어두운 거리에서 누군가 다가와서 생긴 것이라면 ‘불안’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이다.

‘좋아해서 흥분하는 게 아니라, 흥분하는 걸 보니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 아서 아론과 도널드 더튼 박사의 ‘카필라노 실험’도 그중 하나다. 캐나다 밴쿠버 근처에 있는 카필라노강에는 두 개의 다리가 있다. 하나는 절벽들을 가로지르는 길이 135m의 흔들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좀더 상류에 있는 나무로 견고하게 지은 다리이다. ‘흔들다리’는 늘 심하게 흔들리는데다 케이블로 된 양옆의 난간도 높지 않아 오가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나무다리’는 난간도 높고 다리 밑 얕은 개울과는 겨우 3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안정감을 준다.

아론과 더튼 박사는 매력적인 젊은 여자를 실험 도우미로 고용해 다리를 건너는 남자들에게 설문을 받아오게 했다. 실험 도우미에게는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을 알려주지 않았고, 단지 남자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으면 다가가 실험에 참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창조적인 표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설명하게 했다. 그리고 남자 실험 참가자들이 질문지를 모두 작성하면, 설문지 귀퉁이를 찢어서 실험 도우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설문에 감사하며 설문 결과가 궁금하면 연락 달라’고 말하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흔들다리를 건너면서 각성 상태에 있던 남자들 중에서 실험 결과가 궁금하다며 전화를 해온 사람의 수가 나무다리 위에서 같은 실험을 수행했을 때보다 무려 8배나 더 많았다! 흔들다리를 건너던 사람들이 실험 도우미에게 훨씬 더 이성적인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실험 도우미에게 호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정말로 설문 결과가 궁금해서 전화를 한 거 아니냐고? 똑같은 실험을 남자 실험 도우미로 반복해보면, 실험에 참가한 남자들 중에서 설문 결과가 궁금하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소재) 심리학과 스튜어트 밸린스 교수는 1966년 성격사회심리학회지에 제출한 논문에서 더욱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밸린스 교수는 남자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겠다고 말한 다음, 여성 나체 사진 10장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듣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미리 녹음해둔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었다. 실험 참가자의 신체 반응과는 아무 상관없이 엉뚱한 사진들에서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도록 조작해놓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심장박동이 특정 사진에 반응해 더 빨라졌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 참가자들에게 좀전에 본 여자 사진 10장을 매력적인 순서대로 나열해보라고 하면, 실험 참가자들이 자신의 심장박동을 빨라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여성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한 달 뒤, 동일한 사진 10장을 다시 보여주면서 같은 질문을 해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했다고 믿는 여자를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놀랍게도 ‘사람들은 사랑해서 흥분하는 게 아니라, 흥분을 하면 사랑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맘에 드는 이성과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면, 그를 제일 먼저 놀이동산으로 데려가 자이로드롭에 태워라. 그와 함께 100m 상공으로 올라가서 내려올 때 함께 눈을 맞추라. 그러면 상대는 당신 때문에 흥분된 줄 알고 다음날 당신에게 곧바로 전화할 것이다.


‘비호감’ 도 증폭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체적으로 흥분시키기만 하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각성은 상대방이 어느 정도 매력적인 경우에만 호감을 키워준다. 상대방이 매력적이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이번 학기부터 한국과학기술원 학부생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랑학’ 수업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았다. 남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게는 각성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해 제자리뛰기를 2분간 시키고, 다른 집단에게는 가볍게 15초간만 시켰다. 그런 뒤 곧바로 여러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호감도를 표시하라고 했더니, ‘2분간 제자리뛰기를 한 집단’은 매력적인 여성에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은 여성에겐 거의 0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었다. 다시 말해 신체적 각성상태는 그 사람의 지배적인 감정을 증폭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이 좋은 감정이든 싫은 감정이든 간에 모두.

프랑스의 작가 라로슈푸코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마음이 흥분했을 때 인간은 자칫 잘못하면 사랑을 하게 된다. 진정으로 사랑을 하고 싶다면 냉정한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떨리고 긴장하는 것. 이 당연한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사랑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앞에서 매번 긴장하고 자꾸 실수하고 있다면, 내 몸이 들려주는 소리에 곰곰이 귀기울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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