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원전의 21세기담론-세상을 본다 미래를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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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안원전
Homepage    http://www.cheramia.net
제 목    안원전의 21세기 담론 256-변소의 신(神) 자고신(紫姑神)



변소의 신(神) 자고신(紫姑神)








예전에 매년 정월 15일은 ‘상원절(上元節)’로 중국 부녀들이 자고신(紫姑神)에게 제사를 드리는 풍속이 있었다. 자고는 ‘갱삼(坑三) 아가씨’라고도 불렸다. 그녀는 어떻게 신선이 되어 사람들의 제사를 받게 되었을까. 이 속에는 비참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고는 채양성(菜陽城)의 한 부유한 상인 가정 출신으로, 유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는 계모를 얻었다. 부친은 포목을 팔아 생활을 유지했다. 그녀가 아홉 살 되던 해에 부친은 얼마의 돈을 빌려 배를 세내어 물건을 팔러 갔는데 배가 문수(汶水)를 지날 때, 태풍을 만나 배가 침몰해서 죽었다.

계모는 소식을 듣고 집안에서 값나갈 만한 물건을 챙겨 그날 밤 도망가 버렸다. 다음날 빚쟁이들이 소식을 듣고 빚을 받으러 왔다. 옛날에는 부친의 빚을 자식이 갚는 규칙이 있었는데, 자고는 아홉 살밖에 안된 여자아이로 어떻게 빚을 갚는단 말인가.

빚쟁이들은 관부에 고발을 했고, 관부는 자고가 고아라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빚쟁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고의 집을 팔아 갚아도 빚이 다 갚아지지 않자 자고를 유랑 극단에 팔아 얻은 돈을 빚쟁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유랑극단은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다. 자고는 매일 극단 안에서 잡일을 하며 거문고를 타고 노래 부르는 것을 배워야 했다. 거문고를 타고 노래 부르는 것을 배우는 건 성장한 후에 공연을 할 수 있게끔 하여 극단에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자고는 영리하고 손재주가 뛰어나 15,6세가 되자 용모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거문고와 노랫소리는 더욱 들음직하여 어디를 가서 공연을 하든지 관중들이 대만원을 이루어 극단 주인의 신임을 받았다.

극단에는 공연에서 남자 무사 역을 하는 청년 삼랑(三郞)이 있었는데 자고의 신세를 매우 동정했다. 자고의 공연에는 건달들과 무뢰한의 희롱과 치근덕거림을 자주 당했는데 매번 삼랑이 그녀를 보호해주었다. 자고는 삼랑에게 감격하여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극단 주인은 나중에 그 둘이 결혼하는 것에 동의했지만, 당시 자고를 살 때의 돈을 모두 갚은 다음에야 가능했다. 자고와 삼랑은 상의 끝에 극단에서 2년간을 일을 해서 빚진 돈을 다 갚고 나서 결혼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자고는 ‘삼 아가씨(三姑娘)’라고 불리게 되었다.

1년여가 지나서 극단은 수양성(壽陽城)에서 공연을 했다. 수양 자사(刺史) 이경(李景)이 아내 조고(曹姑)의 생일잔치에 극단을 불러 집에서 공연을 하게 했는데, 그는 자고의 아름다움과 노래도 잘하는 걸 보고 그녀를 차지하고 싶었지만 단지 아내 조고가 옆에 있어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극단의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자 그는 아련히 자고의 모습을 그렸다.

다음날, 이경은 두 사람을 보내 극단에 가 자고를 사겠다고 말했지만 극단 주인은 원하지 않았다. 그 파견되어 온 사람이 말했다. “자사 어르신은 조정의 명관으로 권력이 매우 커서 만약에 자고를 내놓지 않을 거라면 너희들은 수양성에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말을 마치고 20덩어리의 은자를 던져 놓고 훌쩍 떠나버렸다.

극단 주인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두려워 할 수 없이 며칠이 지나서 자고를 보내겠다고 대답했다. 삼랑은 자고가 팔려간다는 사실을 알고 목숨을 걸고 이경을 찾아가려 했으나 극단 주인은 그를 말렸다. “자사부(刺史府)에는 병사도 많고 세력도 큰데 네가 간다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겠니? 잘못되면 나와 극단 안의 사람들 모두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삼랑은 자고와 의논하여 그녀와 함께 도망치려 했는데, 자고가 난처하게 말했다. “우리 둘이 도망치는 건 쉽지만 자사부에서 극단의 주요 사람들을 찾으면 이 어찌 극단의 형제자매들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니겠어요?” 삼랑은 다른 방법이 없어 자고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했다. 며칠이 지나서 그는 자고가 보내지는 걸 두 눈 번히 뜨고 보고 있었다.

이경의 부인은 대단한 여인이라 이경은 부인이 알까 두려워 성 안의 다른 처소를 찾아 자고를 묵게 했다. 어느 날 밤, 이경은 친구의 집에 가고 없을 때 삼랑이 찾아와 자고와 이별의 정을 토로하고 있는데 마침 이경이 돌아오는 길에 마주치게 되었다. 자고는 이경이 수하의 사람을 풀어 삼랑을 잡을까 두려워 급히 해명했다. “이 사람은 제 사형(師兄)인데 극단 사람들을 대표해서 저를 보러 왔어요.”

이경은 속으로 기분 나빴지만, 진심인 척 말했다. “오, 기왕 사형이 왔으니 내가 음식을 좀 내오라고 할 테니 밤참을 먹고 가시게나.” 삼랑은 거절하기도 어렵고 또 자고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술을 좀 마시고서야 돌아왔다. 자고는 이경이 삼랑에게 예의 있게 대하는 걸 보고 기뻤다.

다음날, 이경은 극단이 수양성을 떠나도록 명령했고, 가는 길에 삼랑은 갑자기 몸이 불편함이 느껴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저녁에 눈, 코, 입 등 일곱 개의 구멍으로 피를 흘리며 죽었다. 원래 어제 밤 그가 밤참을 먹을 때 이경이 수하의 사람에게 몰래 그의 술에 만성 독약을 타게 하여 독살된 것이었다.
자고는 삼랑이 독살된 것을 모르고 여전히 그와 극단이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줄곧 삼랑을 그리워했다.

이경의 아내 조고는 이경이 자주 집에 돌아오지 않고 밤을 새고 오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겨 알아보니 이경이 바깥에 자고라는 작은 부인을 둔 것을 알고 매우 질투하여 자고를 찾아가 끝장을 내려 했지만 나중에 의견이 분분해져 시끄러워지면 자기에게 불리하게 될 것이 두려워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다.

하루는 그녀가 이경에게 말했다. “듣자니 당신이 바깥에 동생을 하나 두었다던데 그 애를 데려와서 이곳에 묵게 하여 저와 말동무가 되게 하여, 주위 사람들이 이 큰 마누라가 다른 여자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시지요.” 이경은 그녀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자고를 집으로 데려와 조고와 함께 살게 했다.

자고는 이경의 집으로 와서 좋은 날이 얼마 가지 않았다. 조고는 그녀가 젊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더욱 질투하여 항상 공연히 말썽을 피워 자고를 욕하고 그녀에게 더러운 일과 힘든 일을 시켰으며 이경이 없을 때는 그녀에게 밥도 주지 않았다.

이경은 자고의 사정을 알았으나 그녀를 감히 비호하지 못하였고 그녀를 위해 조고와 논쟁하는 일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이러한 나날이 길어지자 자고는 괴로움에 시달려 얼굴이 누렇게 뜨고 비쩍 말라 예전의 광채를 잃고 결국은 앓아눕게 되었다.

병중의 자고는 극단을 그리워하고 더더욱 삼랑을 그리워하여 꿈속에서도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경은 이것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여 점차 그녀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도 주마(周媽)라는 하인이 마음씨가 좋아 그녀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자고의 병은 서서히 좋아졌다.

이듬해 정월 15일에 이르러, 이경은 적지 않은 손님들을 불러놓고 집에서 잔치를 벌였는데, 손님들은 자고를 알고 있던 터라 이경에게 자고를 불러 와 노래를 시켜 흥을 돋우도록 청했다. 자고가 느긋하게 앉아 부르는 노랫소리가 아름답고 듣기가 좋아 손님들이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자 한쪽에 썰렁하게 있던 조고는 밉고도 화가 났지만 손님들이 있어 화를 내지는 않았다.

밤에 손님들이 흥을 다해 돌아가고 조고는 일부러 자고를 불러 그녀와 함께 변소를 청소하러 가자고 했다. 자고는 명령을 어길 수 없어 그녀와 함께 칠흑 같은 변소로 가 달빛을 빌어 청소를 했다. 일찌감치 준비를 해 두었던 조고는 등 뒤에서 새끼줄로 그녀의 목을 매어 힘껏 목 졸라 무참하게 그녀를 살해했다.

자고의 원혼은 하늘로 올라갈 길도 없고 땅으로 내려갈 문도 없었다. 마침 행로신을 만나 자기의 신세와 처지를 토로했다. 행로신은 그녀를 동정하여 하늘로 데리고 올라갔다. 어찌해야 할지 애매한 옥황대제는 자고가 변소에서 죽었으니 그녀를 변소의 신으로 봉했다.

자고는 비록 변소의 신이었지만, 변소의 일을 관리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전에 팔자가 괴로웠으므로 인간세상의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위해서, 특히 힘든 부녀자들을 위해서 전문적으로 일을 했다. 인간들이 그녀에게 제사지내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여 정월 15일이 되면 키와 빗자루나 풀과 나무 등의 물건에다 옷을 씌우고 몇 송이 꽃을 꽂았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종이 위에 자고의 이름을 써서 변소나 돼지우리에 두면 되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옛날에 자고에게 제사를 지내면 정말로 신통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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