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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이 임란을 대비해 가르침을 준 이순신, 이항복


율곡이 임란을 대비해 가르침을 준 이순신, 이항복

형렬이 상제님께 “고대의 명인(名人)은 지나가는 말로 사람을 가르치고 정확하게 일러주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고 여쭈면서 “율곡(栗谷)이 이순신(李舜臣, 1545~1598)에게는 두율천독(杜律千讀: 두보의 시를 천 번 읽음)을 이르고 이항복(李恒福, 1556~1618)에게는 슬프지 않는 울음에 고춧가루를 싼 수건이 좋으리라고 일러주었을 뿐이고 임란에 쓰일 일을 이르지 아니하였습니다.”고 아뢰었다. 그의 말을 들으신 상제님께서는 “그러하리라. 그런 영재(英才)가 있으면 나도 가르치리라.”고 말씀하셨다.


  조선 중기의 유명한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은 이순신보다 9살이 많았다. 율곡은 죽기 수개월 전에 정적들의 탄핵으로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인 파주와 처가가 있던 황해도 해주(海州)의 석담(石潭)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 무렵 이순신을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순신은 낮은 벼슬자리를 전전하던 무명의 관리에 불과했지만, 율곡은 장차 그가 쳐들어 올 왜군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인물임을 알고는 훗날 쓰일 방책으로 두보의 시를 천 번 읽을 것을 권유하였던 것이다. 안사(安史)의 난을 직접 겪었던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는 전쟁의 참상과 백성들의 처절한 삶의 모습, 그리고 애국애민(愛國愛民)의 마음을 시를 통해 잘 표현해 두고 있었다. 율곡은 이순신으로 하여금 두보의 이러한 시를 읽게 하여 앞으로 이순신이 임진왜란 와중에 겪어야 할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강인한 정신력을 키우게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율곡은 이순신에게만 아니라 이항복에게도 임진왜란 때 쓰일 비책 하나를 일러주었는데, 그것은 울어야 하는데 눈물이 안 나올 때는 수건에 고춧가루를 싸서 눈을 문지르면 된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방법이었다. 이 비책은 훗날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명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할 때 사용된다. 임진왜란 개전 초기 병조판서였던 이항복은 여러 신하들의 의견과는 달리 명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국난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적극적으로 신료들을 설득하여 명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하자는데 그 뜻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항복은 명나라에 청병 사신으로 가게 된 정곤수(鄭壽, 1538~1602)를 불러 그에게 율곡의 비법을 전해주었다. 정곤수는 명나라 황제 앞에서 고춧가루로 싼 수건을 눈에 문질러 눈물이 펑펑 솟아나게 만들었고, 이를 본 명 황제는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에 감동하여 결국 구원병을 보내주게 되었다.10


  율곡과 이순신, 이항복 사이에 얽힌 일화는 대인(大人)들 사이에서 가르침이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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